신기술 혁신, 고객 경험을 재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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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리테일매거진 16년 3월 | 글로벌 소매트렌드 | 글로벌 유통시장의 서비스 혁신

신기술 혁신, 고객 경험을 재창조하다

최근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서비스 혁신의 큰 축 가운데 하나는 '경험 제공'으로, 이는 기존 매장 포맷 안에서 충족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들은 팝업 매장을 통해 다양하면서 색다른 시도를 담아내는 한편, 가상현실 등 신기술을 활용해 기존 매장을 흥이 넘치는 쇼핑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지난 호에서 글로벌 상품의 혁신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면, 이번 원고에서는 서비스 혁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사실 제품 혁신과 서비스 혁신은 별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둘 다 '타깃 고객'에 대한 고민이 대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먼저, 상품 혁신을 위해서는 신제품을 빈번하게 출시하면서 소비자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프리미엄 라인을 탄탄하게 갖추면서, 단순히 리노베이션(개선)이 아니라 이노베이션(개혁)에 가까운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서비스 혁신 과제 또한 이와 비슷하다. 생동감 있는 브랜드를 육성하려면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고객 경험은 프리미엄 수준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개개인의 니즈에 맞는 맞춤화 서비스 혁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서비스 혁신으로 색다른 브랜드 체험 제공

칸타월드패널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풋 프린트(Global Brand Footprint)' 보고서 분석을 토대로 지역 확장에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공통점 세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브랜드들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으로 '익숙한 듯 다르게' 접근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이다. 이는 로컬 소비자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현지화 전략을 뜻한다. 진출 국가에 이질감 없이 스며들면서도 글로벌 브랜드로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둘째, '완전히 새롭게' 신규 니즈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로컬 시장에서 존재가 미미했거나 아예 없었던 카테고리를 새롭게 소개하고 개척하는 전략을 뜻한다.

셋째, '일상에 스며들도록' 여러 품목에 걸쳐 엄브렐러 브랜드(Umbrella brand; 서브 브랜드를 우산처럼 포용하는 마스터 브랜드)를 확대하는 것이다. 즉, 어느 정도 브랜드를 안착시킨 이후 하나의 엄브렐러 브랜드 아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카테고리를 확장시키는 전략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세 가지 전략이 단순히 상품 혁신을 위한 과제에 국한되는 것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결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으며, 상품 혁신에 더해 서비스 혁신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사례 1 | 향기를 감정으로 표현한 팝업 매장 체험

글로벌 생활용품 브랜드 글레이드(Glade)는 전 세계 여러 시장에 걸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칸타월드패널의 '글로벌 브랜드 풋 프린트 2015' 보고서에 따르면 글레이드는 생활용품 부문에서 11위에 올랐다.

글레이드는 5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향을 스프레이, 왁스, 오일, 젤, 향초 등 다양한 형태에 담아 방향제 시장을 키우고 있다. '모든 순간을 위한 제품(A Product For Every Moment)'이라는 테마 하에 공간별 또는 계절별 상황에 따라 개별 소비자들에게 꼭 맞는 향을 편리한 형태로 전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 브랜드는 특정 범주에 국한돼 있던 방향제의 사용 영역을 확대해 대형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글레이드가 지난해 말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개최한 팝업 전시회 '감정의 박물관(The Museum of Feelings)'을 보면, 글레이드가 단순히 방향제라는 제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레이드는 냄새와 향기라는 후각적인 매개체를 이용해 고객들의 기억 속 감정과 각각의 향기를 연결하기를 원했다. 팝업스토어 방문객들에게 전달되는 감정은 '낙천적인(Optimism)', '기쁜(Joy)', '활기찬(Invigorated)', '매우 기쁜(Exhilarated)', '차분한(Calm)' 등의 키워드로 표현됐다. 또한 팝업 스토어 외관 색상은 소셜 미디어 콘텐츠, 뉴욕시 일기예보, 뉴욕 증시현황에 따라 그날그날 뉴욕시의 감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색깔로 변한다. 이를 통해 모든 '감정의 순간'을 소비자 일상과 함께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훌륭히 전달할 수 있었다.

글레이드 '감정의 박물관' | 사진 출처: Museum of Feelings 홈페이지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카이저(Kaiser) 슈퍼마켓 경우 매장을 디스코 경연장으로 꾸미기도 했다. 독일 맥주 브랜드 바르슈타이너(Warsteiner)와 함께 기획한 이 행사는 롤러스케이팅과 디스코, 댄스, 쇼핑을 한데 어우르는 이벤트로 진행돼 평범한 슈퍼마켓을 흥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바르슈타이너-카이저 디스코쇼핑 | 사진 출처: 디스코쇼핑 홈페이지

 

사례 2 | 신기술 접목한 아웃도어, 가상현실로 남극 체험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일상생활에 성큼 들어와 브랜드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매년 변함없이 개최한 남극 극한 추위 체험을 지난해에도 빼놓지 않았다. 작년 행사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접목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노스페이스의 맥머도 재킷을 입은 채 3D VR 안경을 쓰고 생생하게 남극 개썰매 체험을 한 후 매장 내 실제로 준비된 개썰매를 타고 달리는 체험을 즐겼다. 이 행사의 핵심 메시지는 '일상이 탐험이 된다'였다.

이처럼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접목됨에 따라 고객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식과 도구는 다양해졌다. CES(세계가전박람회)를 봐도 드론, 가상현실, 스마트 워치, 스마트 냉장고, 아마존 에코 등 많은 신기술들이 소비자들의 일상 쇼핑과 연결돼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시기의 적절한 이슈와 연계해 흥미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까르푸(Carrefour)의 경우 영화 '스타워즈 2015' 개봉 시기에 맞춰 키넥트(Kinnect) 기술을 탑재한 '제다이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Jedi)'라는 게시판을 매장 내 설치했다. 마치 소비자들이 제다이 같은 염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손동작으로 상품을 이리저리 옮기고 장바구니에 옮겨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흥미를 유발하며 까르푸와 스타워즈 제작사 모두 윈윈하는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사례 3 |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온 온라인몰 체험

개별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브랜드 경험 제공은 오프라인 매장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온라인쇼핑 업체들에게도 보다 다양한 경험을 고객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 또한 신기술 덕분이다.

영국 아소스(Asos.com) 같은 온라인 패션몰 또한 3D 및 안경형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s; HMD) 전문업체 트릴레니움(Trillenium)과 협력해 온라인 취급품목들을 HMD에 옮겨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PC 모니터 화면에서 제품을 마우스로 줌인(Zoom in) 하거나,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늘이거나 줄이는 핀치 투 줌(Pinch-to-Zoom) 하는 경험에서 더 나아가, 실제 매대에서 제품을 둘러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창출해낸 것이다.

앞으로도 온라인 공간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고, 오프라인 공간 내 가상공간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해내는 사례는 다양해질 것이다.

 

맞춤형 온디맨드 서비스가 대세

서비스 혁신에 있어 '맞춤화(Customization)'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맞춤화를 도와주는 기술 중 하나로 내가 원하는 서비스가 장착된 '버튼'이 있다. 온디맨드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의 클릭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각에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여기서 버튼은 상품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맞춤형 서비스를 온디맨드로, 즉 소비자 니즈가 발현될 때 즉시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 서비스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업계를 타깃으로 한 버튼도 상품화됐다. 이는 온디맨드 모바일 솔루션 스타트업 '앨리스(Alice)'가 커넥티드 버튼 제조사 '버튼(Bttn)'과의 협업으로 내놓은 제품으로, 스마트 버튼을 누르면 필요한 기능을 자동으로 실행시킨다. 

앨리스(Alice)-버튼(Bttn) | 사진 출처: 앨리스 홈페이지

 

비콘도 '맞춤형'에 맞는 기술이다. 비콘 경우 맞춤화된 할인 및 프로모션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을 넘어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온디맨드 서비스의 프리미엄판도 확대될 전망이다. 패션 브랜드 케네스 콜(Kenneth Cole)은 뉴욕 시내에 VIP 전용 온디맨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온디맨드 플래그십 스토어는 VIP 고객이 요청하면 언제든 3시간 이내에 오픈하는 매장이다. 물론 제품은 요청한 고객에 맞춰 큐레이팅된다. 원하는 제품이 매장에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 멀티스크린에서 제품을 브라우징한 후 원하는 제품을 집으로 배송 요청하면 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달라진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데이터의 집적이다. 특히 '축적된 데이터를 얼마나 더 잘 사용하는가'가 현재 주목할 대목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각 접점에서 더 정교한 온디맨드 서비스를 실현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근원적인 서비스 혁신은 '브랜딩'

서비스 혁신을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타깃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근원적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궁극적인 지향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고령화와 함께 시니어층이 주된 고객층으로 자리잡은 유럽과 일본에서는 서비스 혁신이 이들 고객층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독일의 시니어 전문매장 '아덱 악티브 마켓 50플러스(Adeg Aktiv Markt 50+)'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의 사례로 네덜란드 헤이그 지역의 알버트하인(Albert Heijn) 매장에서는 노년층 고객이 방문하면 직원이 이를 유심히 살핀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고객을 마치 가족처럼 살피기 위해 숙련된 직원이 기본적으로 관찰을 담당하고, 매장 내에는 상시 자원봉사자가 상주하며 의사나 복지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이는 헤이그 지역 알버트하인 매장 20여 곳과 지역 복지기관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일명 '슈퍼 케어 프로젝트(The Super Care Project)'다.

국내 유통업계 사례로는 현대백화점의 '더현대(The Hyundai)'라는 브랜딩을 들 수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백화점'을 떼고 앞에 '더(The)'를 붙인 데서 브랜드 확장과 혁신의 굳은 의지가 묻어난다. 더현대의 서비스 혁신은 판교점에 마련된 회전목마, 어린이책미술관, 화려한 식품매장 등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는 큰 퍼즐의 한 조각에 가깝다. 현대백화점은 영화관, 골프장, 야구장 등 고객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붇는 활동의 장을 모두 경쟁상대로 보고 있다. 즉, 소비자들의 '일상 점유율(Life Share)'을 두고 이러한 곳과 첨예한 경쟁관계를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 정보를 얻고 구매하는 다양한 채널, 특히 온라인 채널에서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더현대닷컴'을 보자.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상품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과 클릭 앤 콜렉트 개념의 '스토어픽'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인도의 플립카트 이미지 검색을 닮은 '사진 검색'과 '색상 검색', 그리고 '음성 검색'까지 '매장-웹-앱' 등 모든 매체에 걸쳐 근원적인 서비스 혁신을 추구했다.

이처럼 상품 및 서비스 혁신은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전반적인 혁신을 동반해야 이룰 수 있다.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자리잡으며 영상 소비 매체도 텔레비전에서 온라인 비디오로 바뀌었다. 고객을 상품 제조나 기획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기업도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재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기술은 거들 뿐이다. 기업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이 너무 광범위하다면 쪼개어 그려보자. 그리고 그 선명한 그림을 제품으로, 시간으로, 공간으로, 서비스로 옮겨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은 명확히 차별화되면서, 탄탄한 브랜드를 낳기 마련이다. 

 

About Our Expert

이지혜 Jihye Lee

칸타월드패널 한국오피스 마케팅 매니저/책임연구원 (Marketing Manager, Kantar Worldpanel Korea) | 칸타월드패널의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기반해, 글로벌 및 국내 시장 및 소비자 트렌드 전반에 대한 폭 넓고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jihye.lee@kantarworldpan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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